넌 말이 없었었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참을 수 없는게 없다는 거야. 본문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참을 수 없는게 없다는 거야.

춤추는 기린 2018. 4. 23. 16:41


오! 앉은 내 몸에서 천천히 읽어난 내가 골프채를 들고 내 머리를 내려쳤다. 나의 머릿 속에서 내 두개골은 열여덟개로 산산조각나 부서졌다. '멈추지 않는 나'는 언제까지고 갈증을 느끼는 사막 위의 육식 동물처럼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라며 신나게 골프채를 내리쳤다. 결국 그 몸짓도 마지막에 도달하여 내 육체가 완전히 곤죽이 되었을 때 조차 나는 목이 말랐다.


두 사람의 삶이라는게 있는가? 세상은 온통 나로 가득차있다. 어디까지고 타인이 없는 세상. 모든 타인에게는 내가 있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자신만을 본다. 고기로 나누어진 사람의 껍데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지. 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다면 나는 투명인간이 되고싶었다.


사람들은 벽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삶에 단 한번 그들 중 하나가 벽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대게는 그러지 못하였으므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당신을 지켜봐주도록 허락한 것에 대단한 고마움을 표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나는 약간 덜 외로워진 것에 대해 그에게 감사했다. 어쩌면 그러한 벽들이 떠받드는 세계 위를 걷고 있는 감각을 느낀다는 것 조차 사치일 수가 있겠다. 나는 걸어가든 가만히 서있든 어쨌거나 조금씩 더 가난해지고 마음에는 빛이 사그라 들었다.


육체는 멈추어있다. 가장자리에 누운 육체는 살과 피와 뼈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디며 모로 누워 조용히 그것을 인내하였다. 오로지 정신만이 날뛰어 홀로있는 방을 가득 메운 채 떠돌았다. 영혼은 소리를 지를 줄 알았던가 비명소리가 방안을 가득 진동시킬 때 조차 낮잠을 자는 고양이는 태평스럽기가 그지없었다. 그는 내 옆을 머물어 잠시 뜀박질을 하다가 아무것도 아무것에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아서야 엎드려 울었다.


세 개의 회색 알약을 집어 삼키고 육신은 잠에 든다. 네이버에 알약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그것의 이름은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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