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말이 없었었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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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팝킨트

춤추는 기린 2021. 10. 7. 14:08

기획의도

우리는 명확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다. 당신은 스스로를 믿는가. 당신에게 생긴 단한번의 가능성을 당신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설레는 모든 것을 쫓을 자신이 있다면, 움직이는 아스팔트는 어떤 꿈을 꾸게될까. 

 

등장인물

두호: 입대를 앞둔 21세의 휴학생, 그저 매일 술 마시는 것 뿐 연애도 우정도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다. 그런데 사실 그가 가진 신비의 모든 가능성들을 꿈꾸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혜윤: 두호의 짝사랑 상대, 말술이지만 술버릇이 고약하다.

조현: 남에게 술을 강요하기 좋아하는 꼰대지만 술자리에서 걸린 시비를 푸는데는 이 인물이 필요하다고 모두 인정한다.

 

 

#1 대포집

 

낡아보이는 술집에서 남녀가 어울려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 조현이 자꾸 술을 권하지만 입대를 앞둔 두호는 마음이 싱숭생숭해 그 술을 받고 싶지가 않다. 왁자지껄한 와중에 등을 테이블에서 비스듬히 돌린 채 심드렁한 표정으로, 술을 들이키는 혜윤의 입만 훔쳐보는 두호. 

 

조현: 이거 다 마시고 뭐할까? 야 그래도 경주까지 내려왔으면 이 천년문화의 고도를 함 느껴봐야하는거 아니냐

혜윤: 오빠 포석정 알아요? 거기가 옛날 신라시대 때 한량들이 물에 술잔 돌려가면서 신선놀음 했다는데래요.

조현: 그래? 거기 우리도 들어갈 수 있나? 우리도 신선 아닌가?

두호: 개소리야..

유원: 근데 거기 최근에 아스팔트로 다 덮었다던데?

하영: 아닌데? 그냥 있을걸?

조현: 이따 해지기 전에 한번 가보지 뭐 못들어가도 본전이고 막걸리 마실 수 있음 더 좋고.

유원: 우리 진짜 가?

혜윤: 가지.. 응 가지 뭐

두호: 에휴 시팔..

 

친구들의 기행에 벌써부터 피곤해진 두호가 앞에 놓인 소주를 벌컥 마신 후 탁 소리나게 탁자에 내려놓는다. 소주잔 뒤로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훌쩍 넘어가는 두호.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분주하게 챙긴다.

 

#2 담넘는 청춘들

 

문닫힌 포석정 담너머로 가방이 하나 툭 던져지고 이어 조현의 얼굴이 올라온다. 요리조리 눈치를 보는 조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유원의 손. 그 뒤로 차례대로 하영, 혜윤이 뒤따라 어깨를 숙인채 담벼락에 붙어있고 비틀거리는 두호가 보인다. 

 

조현: 아 왜

유원: 형 진짜 우리 괜찮은거 맞아요?

조현: 어차피 내 가방은, 지금 넘어갔어.

 

조현이 담을 훌쩍 넘으면 다들 눈치를 보며 주섬주섬 가방을 벗는다. 유원이 담벼락 너머로 가방을 던지고 조현이 그것을 받는 소리가 들린다. 술에 취한 두호가 가지말라며 혜윤의 소매 끝자락을 당겨보지만 혜윤은 알지도 못한 채 가방을 벗기에 바쁘다.

 

담너머 경비가 유원의 가방을 받고있는 조현을 발견하고 부른다.

 

경비: 어이 거기 학생 뭐야 어 문 닫았는데 어떻게 들어왔어

조현: 아.. 저.. 죄송합니다.

 

담을 넘으려다 경비와 조현의 소리를 듣고 그대로 줄행랑 치는 무리들, 두호가 비틀비틀 거리며 제대로 달리지 못하자 되돌아온 혜윤이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가방과 두호의 목덜미를 동시에 확 잡아채 달리기 시작한다.

 

#3 길바닥

 

어느 공원 길바닥에 둘러앉은 친구들. 편의점에서 산듯한 새우깡봉지와 편의점 봉투 막걸리 몇병 그리고 종이컵이 바닥에 놓여있다. 술을 권하는 조현과 좀 전의 일을 회상하며 웃는 무리들. 두호는 완전히 취한건지 둘러앉은 그들 사이에 누워 하늘을 보는 중이다.

 

조현: 야 마셔 뭘 또 이야기해

혜윤: 아 진짜 존나 웃겨 죽어 진짜 그걸 진짜 넘어요?

조현: 야 나는 그 공무원은 6시 되면 퇴근하는지 알았지

유원: 진짜 넘을 줄은 몰랐다

조현: 아 뭐 너도 넘을라고 했잖아? 아냐? 야 니 가방도 내가 받았다?

하영: 하여튼 형 진짜 미쳤어요

두호: 하.. 진짜 작작 좀 해 

 

조현이 마주앉은 혜윤의 잔을 채워주려 막걸리 병을 내밀다가 누워있는 두호의 얼굴 위로 떨어뜨린다. 두호가 악 소리를 내며 팔다리를 휘젓다 일어나 앉으며 화를 낸다. 얼굴이 막걸리로 다 젖어버린 두호가 앉아 팔을 휘두르며 길길히 날뛴다.

 

두호: 아 쫌 씨발 시팔새끼들아 나한테 왜 이래 진짜!!

 

두호 얼굴에 물티슈 몇장을 뽑아 던지고 깔깔 웃는 혜윤. 모두 취해 웃고 떠드는 분위기에 두호만 화가 나는 중이다. 바닥에 떨어진 막걸리를 들어 병째로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다시 바닥에 누워버리는 두호. 

 

#4 아스팔트킨트

 

완전히 잠든 두호를 중심에 두고 돌아앉은 친구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유원이 비척비척 일어나 조현의 어깨를 툭툭치고 자리를 뜬다.

 

조현: 나 나도 화장실 좀 다녀온다잉

 

조현도 일어서 걸어가면 하영이 뒤따라 일어나면서 졸고있는 혜윤의 어깨를 무릎으로 툭치며 혜윤이 넘어진다.

 

하영: 형, 형 내가 먼저 나 오줌보 터져

혜윤: 에휴 좀 조용히들 좀 해라 길바닥에서들 에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운채 중얼거리는 혜윤이 반대쪽으로 돌아눕는다. 혜윤의 밑에 깔린 두호의 손. 두호가 아, 아,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 자신의 손을 베고 누운 혜윤을 천천히 바라본다. 깜빡이는 눈처럼 암전 되었다가 천천히 뚜렷해지는 혜윤의 얼굴이 가깝다. 두근두근 들리는 심장 소리. 

 

지나가던 사람들이 두호의 옆을 지나다 종이컵과 두호의 어깨를 밟는다. 

 

두호: 악!

행인1: 워 시발 뭐야 깜짝아

 

행인2도 두호의 가슴팍을 팍 밟고 지나간다. 이어 행인3, 행인 4도 두호의 다리를 치고 지나가고 머리를 밟는다. 너무나 일어서고 싶지만 차마 혜윤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 없는 두호는 밟힐때마다 꿈틀거리며 비명을 지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어두워진 하늘 두호가 잠든 혜윤의 몸을 덮어주려 낑낑대며 외투를 벗는다. 한손으로 휘적이는 손짓, 목도리를 풀어 헤윤에게 덮어주는데

 

두호: 아아악!

행인5: 뭐야 아 짜증나!

 

하이힐에 밟힌 두호가 온몸을 비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5 호접지몽

 

갑자기 멀어진 화면, 멀리 친구들이 앉았다 간 자리를 건너편 도로에서 비춘다.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나는 혜윤의 먼 실루엣. 

 

혜윤: 와 시발 나 집에 어떻게 가지?

 

혜윤이 일어나 화면의 오른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타이틀이 걸음을 따라 왼쪽에서부터 등장한다. [제인팝킨트]

 

#6 엔딩크레딧

 

일어나려는 두호를 잡아 부축해줬다 놔버리는 조현, 두호가 다시 뒤로 꼬꾸라지고 조현과 스텝들이 박수를 치며 웃는다. [아스팔트역 백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