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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말이 없었었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이 글은 다음의 포스트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https://m.blog.naver.com/yurihanlovesyou/223251135476 성폭력, 어떻게 괜찮아질까? 잘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 *안녕하세요! 이 인터뷰는 지난 2021년에 자살한 트랜스젠더 정치인 김기홍 씨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다룹... blog.naver.com 글을 갖추기에 앞서 나와 김기홍 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10여년간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일을 해왔으며 전국퀴어문화축제연대에서 활동하기도 하였고 대구 녹색당의 당원이기도 하였으며 강원퀴어캠프를 조직하는 등 성소수자 권리운동을 이어왔습니다. 지금은 잠시 쉬는 중입니다만 김기홍 위원장과는 제주퀴어문화축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하며 전국퀴어문..
영화 인디피크닉 순심중학교 학생들과의 대화 2023. 5. 8. (월) 순심중학교 시청각실에서 계기는 J교사와의 대화다. 나와 J교사는 2022년에 '무주산골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를 두 번 감상했다.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GV도 함께 보았다. 워낙 매년 여기저기 영화제를 찾아다니는지라 접하는 영화도 다양할 수 밖에 없는데 우스운건 우리가 이 영화의 제목을 '마리아' 바른 말이지로 오해하고 종교 영화인가? 하고 처음 예매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스크린에서 흘러나온 것은 너무나 유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현재 이슈를 날카롭게 끄집어내는 익숙하고 또 낯선 인물들이었다. J교사는 이 영화를 두 번 접한 후 자신의 자율활동 수업에 이 영화를 상영하고 싶어했다. 현대 사회의 이슈들에 섞..
기획의도 우리는 명확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다. 당신은 스스로를 믿는가. 당신에게 생긴 단한번의 가능성을 당신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설레는 모든 것을 쫓을 자신이 있다면, 움직이는 아스팔트는 어떤 꿈을 꾸게될까. 등장인물 두호: 입대를 앞둔 21세의 휴학생, 그저 매일 술 마시는 것 뿐 연애도 우정도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다. 그런데 사실 그가 가진 신비의 모든 가능성들을 꿈꾸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혜윤: 두호의 짝사랑 상대, 말술이지만 술버릇이 고약하다. 조현: 남에게 술을 강요하기 좋아하는 꼰대지만 술자리에서 걸린 시비를 푸는데는 이 인물이 필요하다고 모두 인정한다. #1 대포집 낡아보이는 술집에서 남녀가 어울려 떠들썩하게 술을 마..
쏟아지는 분노, 고성, 울음 그런 것들을 받아내는 것이 익숙한 일이 되었을 때 나는 어머니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고된 육체노동으로 새벽 내내 무릎을 끌어안고 낑낑 소리를 내며 앓는 어머니의 신음은 어느새 내게 백색소음처럼 낯설지 않았고 어느 때는 그 고통의 죗값을 내게 묻는 것만 같아 함께 앓으며 잠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몸무게가 채 40킬로를 넘기지 못했던 나에게 어머니는 무엇을 그렇게 쏟아내고 싶었던 것일까. 언젠가 한 번은 심하게 편두통을 앓아 학교도 가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두통약을 먹고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봐도 머리가 글자 그대로 깨질 듯이 아팠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늘 있는 두통과도 달랐고 귀를 울리는 벌 소리가 왕왕 두개골을 쳐댔다. 어렸..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은 정신병이 저를 사랑하고 제가 정신병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그 모든 것을 넘어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한 가지는, 제가 가장 힘들고 괴로울 때 제 곁을 유일하게 지켜주는 다정한 존재는 오직 정신병뿐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신병에 목이 졸려 죽지 않기 위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하고 약도 먹어야 하고 돈 버는 기능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할 밖에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 목 졸려 죽는 기쁨을 처절하게 거절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합니까. 선생님, 정신병이 무엇일까요? 정신병의 형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냐고 물으면 저는 어렸을 때 그것을 '수은'이라고 떠올렸었고 지금은 팔..
현재투약 (몸무게 최저 용량 유지기간 1년 이상) 라제팜 1mg 데파코트 500mg 쿠에타핀 100mg 기억휘발 2월 5일 엄마 수술 기점으로 전후의 주요하거나 주요하지 않은 여러 기억들이 사건을 기점으로 휘발됨. 정확히 무엇을 얼마만큼 휘발했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으므로 사라진 기억의 종류와 양 시간간격을 측정할 수 없음. 문제를 인지하게 된 첫번째 시점은 고양이가 구토를 한 날짜를 세면서 그날을 2월 8일 토요일로 기억했으나 이날 외출한 기억이 없음에도 토를 밟은 외출복을 입은 남편의 양말 이미지를 기억해내며 사실은 고양이의 연속적 구토가 있었던 날이 어머니의 입원병동에 다녀온 2월 7일인 것으로 유추해냄. 그로인해서 몇가지 유사한 기억들이 사라진 것을 예상 할 수가 있었음. 첫번째 1월 말경(정..
삶의 단절과 영속성에 대하여. ㅁㅁ언니를 처음 만난 것은 너무 까마득해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는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거리에서 술을 마셨으니까. 친척들의 폭력을 피해 절로 숨어들었다가 겨울이 지나면 혹은 크리스마스가 오면 종종 대구로 돌아오던 언니는 술을 잘 마시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은 우리 친구들 중에 드물었다. 우린 제각각 다 못났고 못됐고 아무튼 못돼 쳐 먹었다. 나는 언니가 좋았고 자주 만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가는 곳은 꼬뮨 아니면 오르간, 정해져 있었으므로 한 달에 대어 번은 만나곤 했다. 나는 뭘했더라 그즈음 영화를 구상했나. 음악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내게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네가 죽고 싶다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고 같잖게 생각하니까 그만 말하라"라고 하..
고등학생이던 시절 나는 매일 새벽 한시까지 공부해야하는 심화반에 속해 있었는데 심화반 건물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본관과는 떨어져있어 선생님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낡은 기자재와 책상걸상을 쌓아놓는 4층의 잠긴 복도를 가장 좋아했는데 덩치가 작아서 옆에 뚫린 작은 소방 창문으로 오직 나만 드나들 수 있었다. 나는 전교에서 키가 가장 작은 학생이었다. 그곳에 얼음 주머니를 들고 들어가 낮잠을 자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보관해두다가 자습 감독을 하던 선생님한테 적발 당해 심화반을 쫓겨날 뻔했었다. 그 다음 찾은 곳은 낡은 구관이 있는 건물 뒤편 방치된 비닐 하우스로 핸드폰 불빛으로 책을 읽다가 나중엔 아예 랜턴까지 들고와서 살다시피 했다. 어디서든 나만의 구석을 만드는 버릇..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8년 봄부터 갑작스러운 조증삽화와 강한 자살충동으로 데파코트를 750mg까지 증량했다. 의사가 (역)전이될 정도로 심각한 자살사고였다. 결국 담당의가 바뀌어야했고 오랜 조울증을 앓아온 내담자의 기분 상태를 처음 마주하게 된 의사와 함께 가을쯤 바닥을 치는 울증삽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바람에 급작스럽게 쿠에타핀은 100mg, 데파코트는 250mg까지 감량되었고 동시에 SSRI 약물 두가지를 처방 받았다. 이것은 내 신장과 몸무게, 성별과 나이를 감안할 때 임상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처방이었다. 그러나 그런 합리성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조증과 동거동락을 해왔던 나는, 결과가 예정되어있다는 걸 알고있으면서도 당장의 신체가 기능할 수 없었으므로 그 처방을 순순히..
가족이 '공동체'에서 '문제'가 되기까지 얼마전 배우자와 함께 영화관에서 을 보았다. 여자가 학대받은 아이를 만나 서로 기대어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다. 주연 여배우의 처절한 울음을 우는 연기가 인상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나의 아주 먼 기억의 시작은 어린이집 강당에서부터 출발한다. 어느날 낮잠에서 깨었을때 나는 아주 넓은 강당의 한 중간에 얇은 이불과 담요를 펴고 누워있었다. 거기서부터가 독립된 내 자아의 시작이다. 늦봄의 날씨는 적당히 따듯하면서도 공기는 아직 쌀쌀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섰다. 거의 강당의 정 중앙에 홀로 선 내 주변은 잠이 든 어린 아이들과 선생님이 둘러싸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커튼이 쳐진 강당 창문으로는 채도 낮은 햇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세계가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