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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말이 없었었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 처럼
어제는 교중미사에 참석하였다. 내 대각선 앞 쪽으로 직장동료가 두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또 부모를 모시고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게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났다. 또 한편으로는 사람의 욕심이란 정말 끝도 없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어떤 사람은 가정을 꾸릴 권리조차 없는데 나는 배우자라는 가족을 가지고도 또 욕심을 내는구나 자신이 몹시 추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내 탓 같고 죄책감이 든다. 배우자는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전혀 움직여 주지 않는다. 자신이 해야하는 것과 하고싶은 것을 한 다음 여유가 있는 약간의 시간만을 내게 내어줄 뿐이다. 언제고 나를 외면하다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화를 내거나 끈질기게 졸라대거나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도 다 나의 책임 같다. 심지어 미사 시..
당신이 뉴욕 타임스 스퀴어 광장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혼자 서있는 7살 아이라고 생각해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엄마 손을 잡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엄마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엄마를 찾으려고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보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고 겁나는 낯선 사람들이 당신을 쏘아보며 지나갈 뿐이다. 바로 이런 감정이 경계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거의 언제나 느끼는 것이다. 언제든 믿고 매달릴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인식이 없는 그는 마치 폭풍 한 가운데 떠있는 배의 갑판에서 비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리고 강타 당하는 승객과 같다. 맹렬한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그는 붙잡을 무언가를 찾아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핀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구명조끼를 입고 돛대에 스스로를 묶은 다른 승객들뿐이다. 또 다른 집채..
라는 영화가 개봉했기에 평화나비에 여러 연대 활동가들의 추천을 받아 근처 시에 나가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중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전화기의 무음버튼을 눌렀는데도 불구하고 내 핸드폰의 밧데리가 완전히 나가버릴 때까지 주머니를 빛내며 핸드폰이 울려댔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무슨 일이 잘못 되었을 거라 그래서 나의 연락을 간절히 바라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극중 문정숙 사장에게 이상일 변호사가 사장님 참 무서운 사람이라며 무안을 줄 때 영화관을 나와야 했다. 급하게 근처 편의점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서 끼워놓고 카페에 들어가 음료수를 시켰다. 그 시간동안 핸드폰은 3%가 충전되었고 그 숫자를 확인하고 전원을 켜는 순간 핸드폰은 다시 다급하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
그것은 어떤 때의 숲처럼 아주 빼곡하고 여유라곤 없었다. 열기와 습도를 붙잡아 놓은 우림처럼 나는 그것이 내 손에 닿는 것 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다. 검은색 악몽이 눈앞에서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는 동안 내 육신이 세차게 망가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런 종류의 일들은 왜인지 한번으로는 끝나지기 않았다. 내 껍질의 어딘가 결함이 있는 부분으로 들이쳐서 산산조각으로 부서뜨리고 나서도 여전히 나를 갉아 먹었다.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 자체가 바로 폭력이었다. 딛고 서야하는 땅이 낯설게만 느껴지고 남들에게는 충분할터인 이 지구의 중력이 내게만 항상 모자란 것 처럼 보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땅에다 발을 대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때로는 줄도 묶어 보았지만 속절없이 떠오르는 몸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삶을 구성하는 방법 삶을 구성하는 데에는 이것저것 품이 많이 듭니다. 최근에는 개인의 삶에 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어떻게하면 삶을 더 풍성하고 건강하게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칼럼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디 삶이라는 개념은 명사로서 사는 일, 또는 살아있는 그 상태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번 레시피에서는 살아있는 상태에 더욱 주목하며 어떻게 하면 삶을 구성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삶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꼼꼼히 숙지 후 따라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재료 숨, 움직임, 사고 재료상세 따뜻한 햇빛충분한 음식위험을 예지하는 공포존재할 수 있는 시간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마음의 여유친밀한 관계(생략가능) 만들기 1. 육체는 섭씨 36.5도로 예열합니다. 2. 정신을..
나는 이제 나의 사춘기 시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고 사실 그들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들이었음을 안다. 어리고 무지하고 불안한 상태의 10대 여성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착취하고 학대한 당신들이 했던 말 중에는 '네가 어른이 되면 우릴 다시 찾아올리 없을 것'이라는 단언도 있었다. 이제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당신들이 전혀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동정을 할 만한 사람들도 아니었으며 그저 한심하고 게으르고 돈이 없고 지겨운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내가 알게될 거라는 의미였다. 함께 사춘기를 보낸 우리 가운데의 몇명은 너희와 같은 어른이 되어 여전히 건강에 나쁘고 타인을 학대하는 짓을 지속하고 있다. 꼭 당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어른이 되어 어른과..
태어나 가장 먼저 읽은 글이 무엇인지 기억 나는가? 글자를 익힌 것은 언제인지 기억 나는가. 당신은 당신의 이름부터 쓸 수 있었는가 아니면 엄마, 아빠를 먼저 적을 수 있었는가? 우리는 글을 가지고 놀이를 한다. 내가 선택하지 못한 것에도 이름이 있고 스스로 선택한 것에도 이름이 있다. 이를테만 가족이 그러하다. 나는 내가 선택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더이상 마음을 두고 고통받지 않으려 그것을 가족이라 부르고 또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감이 짓눌릴때 그것을 가족이라 불렀다. 곤히 잠든 그들의 옆 얼굴을 지켜보았다. 어스름한 빛과 나의 야맹증이 합쳐져 어둠만이 내 각막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가진 모든 것들을, 생각한 모든 것들을, 글과 말로 형태를 지어보려 했다. 정교한 언어를 배우고 풍부한 어휘를 답..
오! 앉은 내 몸에서 천천히 읽어난 내가 골프채를 들고 내 머리를 내려쳤다. 나의 머릿 속에서 내 두개골은 열여덟개로 산산조각나 부서졌다. '멈추지 않는 나'는 언제까지고 갈증을 느끼는 사막 위의 육식 동물처럼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라며 신나게 골프채를 내리쳤다. 결국 그 몸짓도 마지막에 도달하여 내 육체가 완전히 곤죽이 되었을 때 조차 나는 목이 말랐다. 두 사람의 삶이라는게 있는가? 세상은 온통 나로 가득차있다. 어디까지고 타인이 없는 세상. 모든 타인에게는 내가 있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자신만을 본다. 고기로 나누어진 사람의 껍데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지. 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다면 나는 투명인간이 되고싶었다. 사람들은 벽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삶에 단 한번 그들 중 하나가 벽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바..
장사가 잘 되지 않던 시절의 모건이 그립다. 모건은 동성로 로데오거리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있어 클럽과 룸 소주 방이 즐비한 거리에서 좀 더 걸어야 나온다. 한산하고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진 곳을 지나 오른쪽으로 턴을 하면 신발 고치는 수선집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그제서야 간판이 보인다.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입간판도 없어서 평일엔 손님이 없다. 문도 제멋대로 열었다 닫았다 했다. 그땐 그런 술집이 많았다. 계대 돌계단으로 옮긴 직후의 헤비가 그랬고 쟁이, 오르간, 꼬뮨도 그랬다. 가는 손님은 항상 똑같고 손님인가 하면 어느새 알바가 되있고 그런 식이었다. 주로 20대 초반의 인디 음악과 영화를 하는 친구들이 여길 돌아가며 술을 마셨다. 10년전 그 당시에 모건은 2명 또는 4명 짝을 ..
평등한 세상을 위한 평등한 캠프! '2017 강원 퀴어 캠프'by 5기김혜원기자posted Oct 24, 2017Views 1026기사링크 [이미지 제공=2017 강원 퀴어 캠프 프라이드 강원 기획단,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지난 10월 14일, 15일에 원주에서 '2017 강원 퀴어 캠프'가 진행되었다.2017 강원 퀴어 캠프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2017 강원 퀴어 캠프 프라이드 강원 기획단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2017 강원 퀴어 캠프 프라이드 강원 기획단’이 조직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2017 강원 퀴어 캠프 기획단장)는 대구에서 퀴어 문화 축제를 만드는 일을 6년 동안 해왔습니다. 그동안 경험에서 지방에서 퀴어 운동을 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땅 ..